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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TEMUSE x KIMI&12

 

Journey & Still Life by Kimi&12

INTERVIEW

생각해보면 키미앤일이의 그림 속에는 늘 이야기가 있고, 그것은 늘 현재진행형이다. 이미 끝나버린 재미없는 이야기는 단 하나도 없다. 스치듯 보면 익숙하고 친근한 레트로 색감을 버무린 그림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것들은 하나하나가 어떤 기묘한 맥락의 이야기 속에서 일시정지 된 장면들이어서 궁금함을 유발한다.

정말 수준높은 유머는 유행어도 몸개그도 아닌 ‘맥락으로 웃기는’ 유머라는데, 그런 의미에서 키미앤일이는 타고난 농담꾼이다. 편안한 농담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 구구절절하지도 거창하게 웃기지도 않고 딱히 요점도 없는 것 같은데, 듣고 나면 나만의 무언가를 상상하며 ‘피식’하고 마는 희미한 미소가 오래도록 길게 꼬리를 남기는 것.

뮤트뮤즈와의 이번 콜라보레이션 작업도 마찬가지다. 키미앤일이가 완성한 뮤트뮤즈의 아트워크인 <Still Life>와 <Journey> 역시 어딘지 수수께끼 같은 구석이 있고, 딱히 수다스럽지도 않건만, 왜 이렇게 끊임없이 말을 거는지 모를 일이다.

감도 높은 상상력과 호기심 짙은 색깔로 이루어진 그들만의 언어로 독특한 작업을 펼치는 스튜디오 키미앤일이의 ‘키미’(김희은)와 ‘일이’(김대일)를 만났다.

# Les Baguettes Hotel

<바게트 호텔>은 키미앤일이의 ‘대표작’이다. 그런데 그게 동화책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동화책이라고 하면 어린이만 위한 것 같지만, <바게트 호텔>은 어른도 볼 수 있고 아이도 볼 수 있는 ‘그림책’에 가깝다. 일부러 인위적인 이야기를 지어내려 한 것도 아니고,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그렸다. 내 욕구를 이루기 위한 거랄까.
의문의 장기투숙객, 하루종일 체크인 스탬프를 찍는 직원 등 캐릭터들이 워낙 흥미로워서 자연스레 그 이야기에도 관심이 가는 것 같다.
그럴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한 바게트호텔은 약간 특이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를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왜, 주변을 보면 ‘피해는 안 주는데 조금 특이한 사람들’이 있지 않나. 거창한 히어로는 아니지만 무조건 평범하지도 않은 그런 사람들을 그리는 게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인물과 이야기가 모인 곳이 <바게트 호텔>이다.
‘피해는 안 주는데 특이한 사람들’이라... 키미앤일이도 그런 사람들 같은데.
…. (웃음)
‘KIMI&12’도 하나의 브랜드다. 브랜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
브랜딩에는 끈질긴 게 필요한 것 같다. 그런 면에서는 처음엔 우리도 다소 갈팡질팡했다. 예쁘고 귀엽다고 생각하는 전부 다 담고 싶었는데, 그럴 수는 없는 거니까.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다듬고 추려나가다보니, 어느정도 ‘덩어리’가 완성됐다. 아, 물론 소비자들의 마음에도 들어야 한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과 소비자가 원하는 것들의 중간 합의점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키미앤일이가 제일 좋아하는 작업과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업이 다른 경우도 있을 것 같다.
많다. 그래도 어느 쪽이든, 좋아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떨 때에는 보다 대중적인 측면을 고려해서 작업하기도 한다.
그런 생각을 덜 하고, 가장 원하는대로 만든 건?
<바게트 호텔> 굿즈들. 애초에 ‘하고 싶어서’ 시작한 것이니까. 사실 굿즈 하나하나가 거창하지는 않지만, ‘바게트 호텔’이라는 이야기로 묶이니까 매력이 생기는 것이다. 물건 몇 개만 보아도 ‘바게트 호텔에 온 거 같다!’ 하는 느낌이 드는 게 만족스럽다.
키미앤일이의 작업에는 특유의 레트로한 분위기와 기묘한 느낌이 섞여있다.
예전에 레트로와 빈티지에 대해 살짝 공부하다가, ‘레트로’란 게 너무 멋있어서 정말 좋아하게 됐다. 빈티지가 단순히 오래된 물건 같은 거라면, 레트로는 좀더 큰 문화나 정신같은 것이더라.
생활 방식도 아날로그적인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손편지도 나누고, 2G폰도 쓰셨던데.
둘다 그런 걸 좋아하고, 그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예를 들어, 온라인에 워낙 정보나 기사가 많지 않나. 그 중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능력을 키우고 싶다. 어떤 사건에 대해서도 네티즌의 의견을 먼저 보지 않고 서로의 생각을 나눈다. 그러다보면 정확하지는 않아도 나름의 기준에서 판단할 수 있게 되고, 생각이 정리된다.
그럼 어디서 영감을 얻고 작업을 하나?
사람들을 만나거나 둘이 있을때, 주로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생각을 많이 발견한다. 쓸데없는 것에서 갑자기 떠오를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우리의 여행 사진의 대부분은 멋진 풍경보다는 이상한 곳에서 발견한 색깔의 조합들이곤 하다. 누가 보면 ‘도대체 이걸 왜 찍었어?’싶은 사진들이다. 뜬금없는 무언가의 신기한 배색... 오키나와에서 본 시멘트 트럭 같은 것 말이다.
데이비드 호크니나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도 조금 닮은 것 같다. 생기있는 색감과 어딘지 정적인 빛과 그림자, 속을 알 수 없는 인물들...
너무 영광이다. 좋아하는 화가들이다. 데이비드 호크니, 에드워드 호퍼, 그리고 앙리 마티스 등은 좋아하면서도 너무나 부러워하는 분들이다.
인스타 팔로워만 7만 명이 넘는다. 누군가 키미앤일이의 작업이나 글, 인터뷰를 보고 이야기하면 기분이 어떤가? 예를 들어 ‘잘 봤다’ 거나 ‘재미있었다’ 등의 감상평을 들려줄 때, 당사자의 기분이 궁금하다.
음… ‘어디까지 알고 있지?’ ‘내가 무슨말을 하고 다닌 거지?’ (웃음)

# ‘KIMI’ & ‘12’

두분의 원래 전공은 무엇이었나?
키미: 그림을 좋아하지만, 어쩌다보니 불어불문학과에 갔다. 21살 첫 해외여행을 프랑스로 갔는데, 불어를 잘 못하니까 서점을 가도 그림책 위주로 봤다. 보다보니 그림을 다시 그리고 싶어졌다. 여행에서 돌아와 바로 학교를 휴학하고, 그림 학원에 등록했다. 그리고 영원히. (돌아가지 않았다)
일이: 부모님이 보세옷 공장을 운영하셨었다. 엄마는 디자인을, 아빠는 도매 판매를 했다. 그걸 보고 자라다보니 막연히 ‘저런 거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고3이 되어서야 칠판에 붙은 배치표를 보고 ‘디자인’이라는 전공을 처음 알았다. 너무 늦게 준비를 시작하는 바람에 원하던 시각디자인 대신 패션디자인과에 들어가게 됐는데, 부모님의 일을 계속 봐오면서 원단이나 자재를 이미 자주 접했기 때문에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이 다소 시시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학교를 겉돌다 결국 중퇴를 했다. 그 이후 서울에 올라와 시각디자인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출간기념회 이벤트도 기획하고, 남해에 ‘바게트 호텔’을 오픈한 것도 그렇고, 공간 기획도 좋아하는 것 같다.
원래는 항상 이런걸 하고 싶었다. 어쩌다 부산에서 좋은 기회로 작게 출간기념회를 열 수 있었는데, 여건이 안돼서 못하던 것이 한번 눈앞에서 이루어지니까 더 욕심이 나더라. 그러다 남해에 와서 이 공간을 소개받았는데, 마당이나 문의 방향이 일반 가정집 구조가 아니다보니 ‘바게트 호텔로 만들자’고 마음 먹었다. 앞으로도 계속 공간을 꾸미고 싶고, 지금도 이미 진행 중이다.
키미앤일이의 첫인상은 수줍은 소년소녀 같았는데, 은근 짓궂은 면이 많은 것 같다.
둘 다 장난꾸러기다. 서로 개그 욕심이 있어서 경쟁도 한다. 그게 둘만의 코드란 게 문제다. 하루에도 몇개씩 대결하듯 우리만의 유행어를 만들어서, 히트를 시키면 며칠씩 쓰고 뿌듯해한다. 남들이 보면 재미도 없고 교훈도 없는 그런 것들...
그림과 디자인을 아무리 좋아해도, 취미가 아닌 직업으로 삼는 것은 쉽지 않다. 무엇이 제일 힘들었나?
키미: 학교를 중퇴하고 일러스트 학원에 다녔지만, 짜여진 걸 기계처럼 배우는 것 같아 금방 그만두었다. 혼자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림도 그리고 전시도 보러 다녔다. 아르바이트와 그림을 병행하는 생활이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그림을 놓으면 나는 그저 아르바이트만 하며 먹고 사는 사람이 될까봐, 밤 늦게 돌아와서라도 그림을 그렸다. 그런데 마음이 너무 초조하고 다급하면 그림도 잘 그려지지 않더라. 새벽 3-4시까지 딱히 하는 것 없이 잠도 못 자고, 아침에 일하러 나가던 게 나의 20대 중후반이다. 친구들은 대부분 취업하거나, 결혼하거나, 부모님의 지원을 받아 공부를 하고 있었다. 나만 혼자 뒤쳐지고 동떨어진 것만 같았는데다, 어쩌다 들어오는 일들은 열정페이였다. 그때 가장 야속했던 순간은 “다음에 좋은 일 많이 드릴게요~”라는 말로 자꾸 견적을 후려칠 때. 하지만 당시에는 어쩔 수 없이 참고 계속 했다. 그림을 그리고 돈을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소중하니까.
만약 지금 그림을 그리지 않거나, 디자인을 하고 있지 않다면 어떤 일을 하고 살았을 것 같나?
키미: 그림으로 먹고 사는게 너무 힘들다고 느껴질 땐 ‘난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하니까, 제과제빵을 배워볼까?’ 하기도 했다. 다행히, 그런 마음을 먹을 때마다 다시 그림을 가까이하게 되는 기회가 생겼지만. 만약 그림을 포기했다면 ‘바게트 호텔’ 대신 진짜 바게트를 만들고 있었을 수도.
일이: 아마도 장사를 했을 것 같다. 부모님 영향도 있어서 그런지, 대학을 중퇴하고 장사를 나름 해보기도 했다. 머리핀같은 걸 만들어서 팔아 학비와 용돈을 벌기도 했고, 쇼핑몰 시장이 처음 생길 무렵 온라인 쇼핑몰도 운영해보고 그랬었다.
어느 순간부터 상황이 괜찮아졌나?
2015년 겨울부터 아주 조금씩, 굵직한 일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던 거 같다. 특별히 어떤 사건이나 계기가 있는 게 아니라 어느순간 돌아보니 ‘작년보다 낫구나’ 하는 기분이 들었던 거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나?
안그래도 요즘 그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지금 일을 열심히 하는 건 나중에 안정을 취하기 위한 것이다. 보다 의미있고 큼지막한 한 가지를 집중해서 하기 위해, 지금 여러 작은 일들을 치열하게 한다고. 안 바쁜게 최종 목표다.(웃음)

# With MUTEMUSE

Q. MUTEMUSE로부터 처음 콜라보레이션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A. 사실, 패션 작업을 굉장히 신중하게 결정하는 편이다. 성의없이 오가는 작업은 안 하는 게 나으니까. 그런데 뮤트뮤즈는 디자인과 화보, 제품 등에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잘 표현하는 브랜드라고 느꼈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브랜드지만 완성도를 중요시하는 방향성이 좋아서 같이 작업하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Q. 뮤트뮤즈의 스트랩을 작업하면서 가장 고민한 부분은 무엇인가?
A. 컵이나 바게트호텔 굿즈는 우리가 생각하는대로 예쁘게 만들고 스토리에 연결되게 만들면 됐었는데, 이건 직접 들고 다니는 가방이지 않은가. 단순히 예쁘기만 하면 안되기에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그냥 보기엔 괜찮은데 몸에 걸쳤을 때 이상하면 어떡하지’ ‘사람들마다 옷 입는 스타일도 다 다른데’.
게다가 콜라보레이션은 서로 노력해야 하는 작업이다. 양쪽이 신경을 써서 한 곳으로 모아가야 하는 건데, 요즘 어떤 콜라보레이션들은 그냥 ‘이렇게 해주세요’하는 일방적 의뢰인 경우라 곤란할 때가 많다. 다행히 이번 작업은 뮤트뮤즈와 함께 충분히 고민했기에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다.
Q. 그 고민이 두 가지 스트랩에서 오롯이 드러나는 것 같다. 심플하고 정적인 <Journey>와 모티브의 특징이 명확하게 드러난 <Still Life>.
A. 그렇다. 두 가지의 스트랩을 작업하게 된 게 결과적으로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 서로가 반대되는 것 같으면서도 시너지 효과를 내는 느낌이다. 모티브 역시 하나는 자연의 풍경이고, 하나는 사람의 삶과 가까운 사물들의 모습이니까.

Q. 두 아트워크에 담긴 스토리는 무엇인가?
A. 우선 <Still Life>는 조용한 방이라고 생각하고 그렸다. 붙어있는 종이나 물컵에서 쏟아진 액체는 의도적으로 뭔가 ‘알 수 없는’ 무늬로 그렸는데, 각자가 생각하는 친근한 무언가를 자유롭게 상상하게 하고 싶었다. 어떤 특정한 그림을 그리면 그냥 그게 되어버리니까, 상상할 수 있는 요소를 넣은 것이다. 그리고 고양이는 엄밀히 말하면 ‘스틸 라이프’는 아니지만… 정적인 아이니까. (웃음)
<Journey>의 산맥들은 ‘휴일의 양면성’을 생각하고 그린 것이다. 산에 드리운 빛과 그림자로 휴일의 행복과 아쉬움을 표현했다. 휴일이 너무 좋으면서도 끝날 때가 되면 너무 싫은 기분이라거나, 휴일을 어떻게 잘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 허무하게 끝나버리거나, 휴일을 휴일답게 보내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 같은…
Q. 키미앤일이가 생각하는, 각 스트랩의 그림과 어울리는 음악은?
A. <Still Life>는 오지은의 ‘서울 살이는’이 생각나는 그림이다. 바깥에서 사람에 치이니까 정물에 마음을 줄 때가 있지 않나. 방에 조용히 앉아서 물건들을 바라볼 때의 편안함. 숨 쉬는 건 나와 고양이와 식물 뿐이다.
<Journey>는 키스 자렛의 쾰른 콘서트 앨범이 떠오른다. 4파트 모두 처음부터 끝까지 다 즉흥곡이다. 산 능선이 악보나 선율처럼 높낮이가 있기 때문인 듯하다. 재즈를 좋아하는데, 재즈의 즉흥적인 표현이 어울리는 그림이다.
Q. 뮤트뮤즈의 다른 스트랩 디자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A. 우리 둘 다 <Bad Girls>에 끌렸다. 가방 스트랩에 그렇게 레터링이 들어가서 어울린다는 게 의외였다. 메세지를 전달하기에 효과적이면서 비주얼적으로도 신선했다. 문구의 의미도 센스있고.
Q. 사람들이 뮤트뮤즈와 키미앤일이의 콜라보레이션을 어떻게 생각했으면 좋겠나?
A. 뮤트뮤즈와의 콜라보레이션은 우리가 이때까지 진행한 작업 중에서 키미앤일이의 색깔을 많이 드러낸 작업이다. 그 전에는 뭐랄까… 물건에 최대한 어울리게 하는게 중점이었다면, 이번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표현을 많이 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제품을 보거나 구매하는 사람들이 ‘어, 키미앤일이가 작업했네?’ 라고 느껴줬으면 좋겠다. 물론 사람마다 보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이걸 보면서 우리같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래도 ‘이게 진짜 키미앤일이 답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